김순자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박근혜 정부가 식품진흥 정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新식품정책’ 추진을 위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새로운 식품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에 추진하는 新식품정책은 지난 2011년에 마련한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전면 수정ㆍ보완하는 것으로 취약계층의 영양 불균형, 비만 인구의 증가, 한류의 세계적 확산 등 최근 상황 변화를 고려하여 국민건강 개선과 식품산업의 세계화, 국내 외식산업의 발전 등 정책 개발 및 대응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새로운 식품진흥 정책 방향에 대해 식품산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김순자 회장
대한민국김치협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새로 장관이 부임할 때마다 한 가지씩 산업 발전의 기틀이 될 주춧돌이나 징검다리를 잘 놓아주면 우리 식품산업은 무척 큰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기라는 제한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식품산업 발전을 위해 고심하면서 정책을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장관 평균 임기 1년 내외라는 시간은 많은 일을 한다는 욕심을 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 시간 속에서 가장 우선 순위를 두어야할 중요한 과제를 찾아야 한다. 상당부분은 정책과 시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하여 기존 시책을 잘 관리해 나가면서 산업 발전에 필요한 족적을 남기도록 해야 한다. 마침 신임 장관님은 논리적 배경을 가진 연구활동 경력과 식품산업에 대한 전문지식을 많이 가지신 분이기에 우리 식품산업계에서는 기대하는 바 크다. 농식품산업 원자재 관리 시스템 구축 방향을 제시해 본다.

1. 국민 식생활 및 식품산업 원자재 수급 안정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자원관리 연차 계획 수립 및 관리(Agribusiness 관리)

이미 세계는 하나의 시장으로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국민의 식생활과 관련된 식재료는 국내 자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대에 와 있어서 해외 산지의 작황이 국내시장에 예민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식생활과 식품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은 문제가 없는 지 밝혀야 하고, 매년 식량자급률을 발표하고 있으나, 주요 품목마다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해야 할 것과 목표치, 수입에 의존해야 할 품목과 적정치 등은 설정되어 관리되는지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계획과 민간의 자원 수급관리는 단일 목표로 관리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장기적으로 어떤 변화를 예측해야 하는지, 국내외 수요공급에 관한 RISK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내산 원료에 기반을 두고 관리해 온 전통식품산업과 관련된 제도나 자원관리 시책들은 상당한 시간의 흐름으로 환경변화가 발생했는데 문제는 없는 것인지 등을 모두 아우른 자원관리 시스템 재정비가 필요하다.

2. 1ㆍ2ㆍ3차 산업을 통합한 농식품산업에 걸맞는 시책관리 시스템 구축

지난 정부 출범과 함께 농식품부가 탄생했다. 1ㆍ2ㆍ3차 산업을 아우른 6차 산업이란 표현도 사용하고 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조직 내부에도 제대로 변화가 이뤄졌는지 뒤돌아 보아야 한다. 특히 새로운 정부의 집권 초기이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전통적으로 1차 산업을 고객으로 태생되었고, 1차 산업과 상충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1차 산업 측면에 손을 들어주는 부처 특성을 가진 행정부이다. 그러나 사회환경 변화는 1차 산업에 머무를 수 없이 식품산업의 영역으로 발전시켰는데, 내부 시스템은 아직 몇몇 부서를 제외하고는 1차 산업 지향적 조직과 관리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새로운 출범을,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자 하는 이 시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연간 배추 생산량은 250만~300만 톤 정도인데, 약 90%가 김치용으로 쓰이고, 그 중 반은 김치공장에서 원료로 쓰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나 김치제조업체에서는 배추만큼은 국산을 고집하고 있는 실정에서 배추의 수급관리는 곧바로 김치 원료의 수급관리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배추 생산과 가격안정을 위한 시책의 대부분은 원료 생산과 원료시장 소비에 집중되어 있고 김치산업과 연관시킨 시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김치산업이 흔들리면 배추 생산기반을 흔들게 된다. 그럼에도 전통적 농정 시각에서 1차 산업 성격이 아니면 모두, 그리고 김치산업도 배부른 제조업으로 인식하는 시각이라고 본다.

아직 농식품부는 오랜 세월 1차 산업 지향적 시책에 익숙하여 2ㆍ3차 산업에 대한 시책을 마련하는 데에도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번을 계기로 제대로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농식품부다운 1ㆍ2ㆍ3차 산업 모든 영역이 포함된 시책 집행 시스템 개편을 추진했으면 한다.

3. 한식문화의 구심점인 김치산업 활성화 지원

다음으로 김치산업과 관련된 특수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지난 수 년간 김치산업은 발전적 변화와 더불어 고통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2012년 김치산업진흥법이 발효되면서 자조금사업이 추진되고, 김치관련 생산자단체도 통합협회로 모습을 갖췄다. 김치산업 종사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되었으며, 전문 김치연구소도 설립ㆍ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기간 김치제조업계는 수 년에 걸쳐 계속된 주원료인 배추 및 고추 수급불안정에 따른 경영불안정, 엔저에 따른 수출채산성 하락 등 한 해도 편안한 해가 없었다.

또, 김치산업은 2014년까지 모든 사업장이 HACCP시스템을 도입하도록 되어 있어 영세업체가 많은 산업특성상 상당수의 사업장이 정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 산업에 비하여 많은 것을 감수하는 산업인 것이다. 한식문화의 구심점인 김치 종주국으로서 김치산업 발전을 위한 체계적 원료 수급안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주기를 바란다.

첫째, 원료배추의 정부 상시비축 관리 시스템 구축
배추원료의 수급/가격안정을 민간기능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간 추진해 온 정부사업 중 일부를 개선하면 그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도 있다. 농협 창구를 통하여 오랜기간 운영되어 온 노지채소 수급 안정화사업 계약재배 물량의 일정량을 가격 하락시 산지 폐기 하지 말고 일정기간 비축 저장한 후 수급여건을 감안하여 폐기 또는 김치원료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과잉생산 이후에 반복되는 작황부진에 대처하기 위한 저비용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시장기능에 직접 참여하는 배추 비축 시스템이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많이 개선된 바 있으나, 수급/가격안정에 가장 영향을 받는 대상이 김치제조업임을 인식하여 수매 시기나 방법 등에 더 많은 배려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김치산업 특성상 정부비축 배추 등의 수급 조절기능은 김치산업에 바로 연계되게 되는데, 도매시장 상장 등 우회적 수급 조절기능을 거치게 되면 김치업체는 그 배추를 시장에서 매입함으로써 물류비용의 추가를 가져오는 바, 협회 창구를 활용한 직배체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원료 및 제품 비축저장 김치제조업 저온창고 신축 지원
배추는 평상시 단기적 재배작형이나 가격특성상 많은 양을 장기간 저온 저장하지 않았던 품목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반복되는 수급 불안정으로 김치제조업에서는 원료나 제품 수급에 관련된 RISK 관리상 저온창고 확보 필요성이 높아졌으나, 김치사업 채산성상 쉽게 신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기존 저온창고 지원 시스템은 1차 산업 대상으로 편성된 데다가 최근 지자체로 그 사업마저 이관되어 김치산업에는 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는 시책으로 바뀌고 말았다. 김치산업을 위한 저온창고 지원 시스템 구축을 바란다.

4. 전통식품 육성 전담 부처로서 김치산업 육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

농식품부가 발족하면서 식품산업 육성을 위한 행정부처가 되었는데, 그러나 아직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식품의약관련 부처가 주관이 되어 김치를 나트륨 섭취의 주 원인으로 지목하고 김치제품 생산의 저염화를 추진키 위한 기준 설정 방향과 의무표시제도 도입 의지를 표명했다. 일상적 국민식생활에 관련되고 농식품 수출에서도 비중이 큰 한식 세계화의 구심체인 김치를 건강에 이롭지 못한 식품으로 이미지를 부여하는 조치를 하고자 하고 있다.

우리 식품 중에 세계시장에 우리 한글 간판을 걸고도 이름값 하는 제품화된 식품이 몇 가지나 있을까? 김치는 수 천년 우리 식생활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면서 식문화로 정착된 식품이며, 제조업에서 생산하는 김치는 소비자의 평균적 입맛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데, 소비자나 제조업의 여건과는 다르게 서양에서 연구된 영양학적 이론을 기초로 시장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의 입맛을 바꾸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부문의 전통식품이 강한 맛과 향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기준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우리 산업은 어떻게 될까? 우리 식문화가 규제방식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국내외적으로 수많은 식품이 짜거나 달거나 시거나 등 강한 맛과 풍미를 가지고 소비되고 있으나, 그것이 규제의 대상은 되지 않는다.

소비자운동을 통하여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 식생활을 홍보하면서 수요에 따른 제품 공급이 기술 개발과 함께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전통식품 특성상 강한 맛을 기반으로 형성된 음식문화도 있으므로 자율표기에 맡겨야 할 사안이다.  농식품부의 식문화 육성 부처로서의 역할과 주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순자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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