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륨 함량 표시 규격 설정 바람직

세계인이 인정하고 즐기고 있는 건강발효식품

김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발효식품의 하나로 올리브, 콩과 콩 식품, 렌틸콩, 요구르트와 함께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미국 잡지 “Health”, 2006. 3.). 김치는 식이섬유소를 많이 함유하고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 A, B, C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요구르트와 같이 건강에 유익한 유산균과 암을 예방하는 물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또한 유기산, 여러 건강 기능성 성분, 영양성분 등으로 변비, 대장암 예방, 정장작용, 항돌연변이, 항암작용, 다이어트 효과, 항노화 작용, 피부노화 억제효과, 동맥경화예방, 면역증강 효과 등의 건강기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발표되었고, 현재도 여러 가지 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이와 같이 김치는 지금 세계인이 인정하고 즐기고 있는 건강발효식품이다.

최근 이러한 김치에 대한 저염화 및 짠맛 등급화 논쟁이 한창 뜨겁다. 정말 김치를 만드는데 소금이 꼭 필요한 것일까? 그렇다면 왜 필요한 것일까? 김치는 배추, 무와 같은 주원료 채소를 먼저 소금에 절인 후 젓갈, 양념 등 부재료를 혼합하여 저온에서 발효시킨 발효식품이다. 일반적으로 채소는 성분특성상 소금이 없이 그냥 놓아두면 인간이 먹을 수 없게 썩어버리는 “부패”현상이 일어나지만, 소금과 함께 있으면 부패미생물의 성장은 억제되면서 인간이 먹을 수 있게 유산균과 같은 유익한 미생물이 서식하는 “발효”현상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식품원료에 소금을 사용하여 담금한 것은 인류가 창안한 중요한 식품저장법의 하나이다. 이때 소금은 식품에 맛을 부여하고 저장성을 향상시키며 적절한 발효조절작용을 돕는 역할을 한다. 김치에 국한하여 얘기하면, 소금의 삼투작용, 미생물 생육 및 효소활성억제 작용, 그리고 기타 작용 등에 의하여 김치가 익어가는 “발효현상”이 나타난다.

김치는 소금의 기능 활용한 이상적인 발효식품

소금의 삼투작용은 소금이 원료 채소의 세포막 안과 밖에 삼투압차를 일으켜 일어나는 현상으로 침투와 확산의 두 작용에 의한다. 이 때 채소의 수분과 소금용액 사이에 서로 교환현상이 나타나 소금은 채소 내로 흡수되고 채소 자신은 일부 영양성분과 함께 부분적으로 탈수되면서 수분함량이 감소한다.

이 때, 소금의 침투 속도와 침투 량은 절임수의 소금농도와 절임온도, 소금처리 방법, 소금의 순도 그리고 원료채소의 성장 정도 등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채소의 이화학적 특성 변화와 함께 오염되어 있는 해로운 미생물은 삼투압에 의하여 원형질분리가 일어나, 성장이 억제되거나 죽게 된다. 반면, 유산균과 같은 유익한 내염성 또는 호염성 미생물은 생존하여 김치 발효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배추를 소금으로 절임하면 1) 탈수작용과 원형질분리 현상이 일어나고 2) 유산균 등의 성장이 왕성하게 되고 3) 해로운 비호염성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되며 4) 소금이 조직 내로 침투하여 저장성이 증가되고 5) 산소의 용해도를 감소시켜 호기성 미생물의 생육이 억제되며 6) 각종 효소들에 의한 자가소화작용이 일어나고 7) 배추조직이 유연하게 되면서 양념의 맛 성분이 배추조직 내부로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김치의 저장성은 소금에 의한 작용뿐만 아니라 김치발효과정 중에 생성된 유기산의 작용 때문으로, 염장 작용과 산장법 작용의 이중 복합효과에 기인한다. 이와 같이 김치 담금에 있어서 소금의 역할은 다양하고 필수적이며, 김치는 소금이 갖는 기능을 잘 활용하여 만들어낸 이상적인 발효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상품 김치 위주로 저염화 확산

냉장시설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김치의 장기보관을 위해 3.0% 이상 고염도의 김치를 제조하였으며, 1990년대에는 김치의 상품성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저장할 수 있는 최적 염도로 3%가 가장 많이 통용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나트륨 과잉 섭취가 고혈압, 뇌졸중, 골다공증, 뇌혈관질환 등과 같은 각종 나트륨 기인성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됨에 따라 김치의 저염화 관련 개발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0년 들어 범정부 차원에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김치업계에서도 소비자의 호응에 부응하여 염도 2% 이하의 김치제품을 개발하였으며, 특히 R&D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 위주로 실제 상품으로 출시하여 김치 저염화가 확산되고 있다.

자가 제조 김치가 상품김치보다 염도 31% 정도 높아

2009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자가제조 김치를 지역별로 분류하여 시판김치와 염도를 비교한 결과, 자가제조 김치의 염도는 3.30±0.60%로 시판김치의 염도 2.38±0.60%보다 약 39% 높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세계김치연구소에서 수행한 조사 분석한 결과에서 더욱 명확해 진다. 2012년~2013년도에 걸쳐 시판중인 김치 76개 시료를 대상으로 염도 분석을 실시한 결과, 평균 염도는 1.96%이었으며, 1.40%에서 2.62%로 다양한 범위로 나타났다. 반면, 전국 6개 지자체의 25개 자가제조 김치 시료의 평균 염도는 2.57%로 2009년 조사 결과에 비해서는 다소 낮아졌지만 자가제조 김치의 염도가 상품김치에 비해 여전히 약 31% 정도 높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자가 제조 김치 염도 낮추는 것이 우선 해결돼야

이와 같이 대부분의 김치업체에서 제조하고 있는 상품김치는 업체의 노력으로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서 상대적으로 낮은 염도로 생산되고 있으며, 현재 시판중인 김치의 평균 염도는 1.5∼2%인 반면, 각 가정에서 담아먹는 자가제조 김치의 경우는 여전히 고염의 농도로 제조되고 있다.

최근 김치산업 관련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김치의 50% 이상은 여전히 자가제조 김치로 조사되었다. 그러므로 국민건강을 위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서는 일반식품의 저염화에 대국민홍보를 강화하면서 각 가정에서 담아 먹는 자가제조 김치의 염도를 낮추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할 과제라 할 수 있다.

김치가 염절임식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무한정 저염화 할 수 없으므로 먼저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저염 김치의 기준과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염도 1.2% 이하의 김치를 저염 김치로 정의하는 것은 성급한 주장일 수도 있다. 이러한 저염 김치를 담는 것은 각 가정은 물론 김치업계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저염김치 만들다가 한 해 김장 망칠 수 있어

특히 가정집에서 단순히 소금만 적게 넣어서 저염 김치를 만들었다간 자칫 한해 김장을 다 망칠 우려도 있다. 저염으로 김치를 제조하면 우선 절임이 잘 안되고, 절임이 잘 안되면 김치가 숙성되면서 배추 조직내 수분이 빠져나와 김치 국물이 증가하고, 쉽게 물러진다. 이와 관련하여 KS규격에서는 물김치와는 달리 일반 김치의 고형분 함량은 8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 상품김치의 경우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지만, 신규 저염 김치인 경우 발효숙성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분의 비율이 높아지게 되어 고형분 함량이 85% 이하로 떨어져 관련 규격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일수록 저염김치 제조 어려워

또한 저염 조건으로 인해 부패미생물의 생육이 증가하여 위생적으로 불량해지며, 유산균의 활동도 저해되어 젖산발효 대신 이상발효가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저염으로 인해 김치 맛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상품김치의 맛은 업체별로 현재의 김치 염도에 맞게 설정되어 있다. 만약 김치의 염도를 대폭 낮춘다면 각 업체별로 맛 조정에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연구개발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일수록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러한 저염 김치의 문제점은 절임공정의 개선, 대체염 사용, 유기산 사용, 젓갈 대체소재 사용(젓갈의 염도는 25% 이상임)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짠맛은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달라

김치의 소금함량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는 첫째, 김치의 염도와 나트륨 함량에 따른 짠맛 등급표시 도입이나 둘째, 김치의 염도나 나트륨 함량을 정량적 분석수치 그대로 표시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 문제점은 관능적으로 사람마다 느끼는 짠맛의 정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사람의 혀는 짠맛, 신맛, 쓴맛, 단맛 등 4가지 맛을 느끼는 미뢰가 분포되어 있다. 혀 뒤쪽의 신맛과 쓴맛을 감지하는 미뢰는 나이가 들수록 더 기능을 잘하지만, 앞쪽의 단맛과 짠맛을 감지하는 미뢰의 기능은 떨어져 노년층의 경우 짠맛을 느끼는 정도가 젊은 층과 차이가 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혀가 둔감해져 짠맛을 느끼려면 훨씬 많은 양의 나트륨이 첨가되어야 한다.

김치 나트륨 함량 표시에 관한 규격 설정 필요

후자의 경우, 김치의 염도나 나트륨 함량을 정량적 분석수치 그대로 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다. 현재 시판김치 중 일부업체들이 제품에 나트륨 함량을 표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업체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자율적 사항이지 법적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치포장의 나트륨 함량 표시가 일일 섭취량 또는 포장용량 기준 등 포장에 따라 업체별로 다르게 표시되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표시를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김치의 나트륨 함량 표시에 관한 규격 설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도들은 과학적 결과에 근거하여 여러 분야의 의견을 수렴하고 단계적으로 도입 시행한다면, 김치의 나트륨 함량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고, 더불어 김치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막고 김치산업 발전과 더 나아가 김치세계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주ㆍ이미애ㆍ조정은 세계김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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