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 김치 등급화는 김치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
“소금농도를 너무 줄이면 발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맛이 떨어진다. 김치의 장점이 발효인데 저염화 하는 대신에 산미료나 그 밖의 첨가제를 가미하여 만든다면 일본의 쓰게모노나 마찬가지이고 김치의 성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인류 역사의 발달과정에서 식량문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 왔고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들에서는 장류나 야채절임류 등을 가공하는 염장기술을 개발하여 수 천년동안 쌀과 함께 기본 메뉴로 이용함으로써 우리의 건강을 유지해 오고 있는 터이다.

특히 염장기술과 발효를 곁들인 동양의 발효식품들이 그 우수성이 인정되어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고, 그 중 하나가 김치이고 그래서 세계 5대 건강식품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김치는 채소류와 함께 여러가지 향신료를 사용하고 젖산발효를 통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채소류의 식이섬유와 비타민과 무기질, 향신료의 면역활성물질들, 젖산발효에 의한 기능성물질들이 들어 있어 건강에 좋다는 것이 세계인들에게 인정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식염의 과다 섭취가 순환기 장애와 관련 질병으로 사망의 주요 요인이고, 그 주범 중의 하나가 김치라고 해서 마치 김치가 질병의 원인 식품으로 취급되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고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

김치를 담그는 첫 단계는 배추의 숨을 죽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금에 절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며 또 이때 많은 해로운 균들이 절이는 과정에서 죽거나 제거되어 젖산균의 작용을 순조롭게 하여 발효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해준다.

김치의 우수성은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이 살아있는 동안에 먹는데 시간이 지나면 시어지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냉장시설이 없던 옛날에는 소금의 농도를 높여서 짜게 먹어왔으나 최근에는 김치냉장고나 저장시설이 개발되면서 식염 함량을 과거에 3% 이상인 것을 1.5~2%로 줄여가고 있고 짠맛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용소금을 사용하거나 신맛을 위해서 유기산을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소금농도를 줄이고 있으나 너무 줄이면 발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맛이 떨어진다. 김치의 장점이 발효인데 저염화 하는 대신에 산미료나 그 밖의 첨가제를 가미하여 만든다면 일본의 쓰게모노나 마찬가지이고 김치의 성가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최근의 영양조사에 의하면 식염 섭취기준의 2배를 섭취하고 있고 그 중 10% 이상을 김치가 차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여기서 생각을 해야 할 것은 우리가 먹는 식염이 몸안의 기관에 전부 섭취되는 것이 아니고 그 일부는 신장을 통해서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특히 칼륨 등이 많은 채소류는 더욱 많은 양의 나트륨을 배설시킨다.

염분의 섭취기준을 설정할 때 여러가지 식단을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며, 김치와 채소류를 많이 먹는 한국인의 경우는 그 기준치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김치 중에는 식이섬유가 들어있고 향신료 중에는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물질들이 많은 것이 입증되고 있다. 즉 건강을 해칠 것으로 염려가 있는 식염도 들어있지만 건강을 지켜주는 성분이 더 많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식염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서 김치를 적게 먹으면 사망률이 줄어들 것인가 하는 문제도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단편적으로 보다는 손익을 따지는 종합적으로 검토할 일이지 벼룩이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가 아주 해롭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차를 타는 이유는 그것으로 오는 해로움보다 이로움이 많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들은 김치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소금의 양을 줄이고 적게 먹자고 하는 것이라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김치가 식염 섭취의 주범이고 따라서 질병 원인 유발물질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식염 함량을 줄여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식염은 인체에 필요한 필수영양소임과 동시에 식생활 안전과 기호에 필요한 것인 만큼 여러가지 사항을 고려하여 감염 캠페인을 신중하게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각종 식품의 식염 함량을 표시하여 소비자들이 식염 섭취량을 고려하여 식품의 선택이나 섭취량을 조절하도록 해야지 김치의 종류에 따라서는 짠 것도 있고 싱거운 것도 있는데 이것을 등급화 한다는 것은 김치의 특성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지금 한류 열풍이 세계를 휩쓸고 한식의 세계화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터에 김치의 기생충 파동이 그렇듯이 김치는 염장식품이라는 것으로 세계인에게 인식시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생각된다.

김치의 주원료가 되는 배추값 파동이 국무회의에 상정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중요한 식품이고 세계적으로 자랑스런 김치의 성가를 우리 스스로 깎아내리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다.

조재선 경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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