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화백의 대표작 ‘식객’은 음식을 소재로 전국 방방곡곡의 음식을 재조명하고 우리나라 최고의 맛을 찾는 만화이다. 이 작품에는 콩을 소재로 한 많은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전체 27권 중 특히 16권은 소제목이 ‘두부대결’이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주인공인 성찬과 봉주가 더 맛있는 두부를 만들기 위해 벌이는 대결이 흥미롭다. 특히 부드러운 초당순두부와 고소한 염촛물 두부의 우열을 가리기 힘든 불꽃 튀는 대결이 기억에 남는다.

두부와 콩은 영양적 가치가 뛰어난 식품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이처럼 우리 일상의 삶에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두부는 질 좋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과 탄수화물도 고루 함유하고 있다. 제조방식이나 원료 차이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두부는 대체로 수분을 제외한 건조 무게로 비교해보면 단백질 50%, 지방 25%, 탄수화물 20%, 나머지는 기능성물질과 무기질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출옥한 사람에게 제일 먼저 두부를 먹이는 풍습이 있다. 출소자에게 두부를 먹이는 유래를 알 수는 없으나, 영양학적으로 보면 두부는 출소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식품이다. 단일원료로 만들어진 식품 중에 이처럼 균형 잡힌 식품은 찾기 어렵다. 더욱이 콩 단백질의 소화 흡수율이 65%인 반면, 두부 단백질은 95%로 매우 높다. 또한 콩에 있는 이소플라본이나 콩 사포닌처럼 기능성이 뛰어난 생리활성성분도 두부에 함유돼 있다. 제한된 음식으로 영양이 불균형한 출소자에게는 순백의 두부보다 좋은 식품이 없는 셈이다.

식용으로 수입된 콩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곳은 두부 제조용이다. 수입 식용콩은 대부분 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들어오는데, 2010년 수입콩의 용도별 공급실적은 두부용이 62.6%로 가장 많고, 장류용이 21.1%, 두유용 14.4%순이다. 두부 수요에 따라 수입되는 원료콩의 물량이 증감될 수 있는 구조이다. 올해 국산콩 가격은 작년 태풍으로 인한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평년보다 20~30% 높게 형성되고 있다. 식용콩 자급률이 30% 정도로 낮은 수준에서, 두부 가공업체들이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산콩 사용을 줄이고 수입콩 사용을 늘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콩은 물론 두부를 포함한 콩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국산콩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수입콩에 비해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가 맛, 품질, 안전성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왜 우리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가 더 맛과 품질이 뛰어날까? 수입콩이 유전자 변형된 GM콩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라도 기본적으로 원료 콩 품질 차이가 크다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 콩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것에 비해 대부분의 수입콩들은 콩기름을 추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국산콩들의 단백질 함량은 수입콩에 비해 평균적으로 3~4%이상 높아 영양적으로 더욱 우수하며 이는 업체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두부 수율도 높여준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두부용 콩은 기본적으로 콩알 100개 무게가 25g 이상으로 매우 굵다. 전통적으로 콩의 용도가 비슷한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이 정도로 알이 굵은 콩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나라는 없다. 알이 굵은 콩들은 껍데기 비율이 상대적으로 적어 단백질을 비롯한 용출되는 영양성분들이 많은 것도 국산콩의 큰 장점이다.

최근에 개발된 품종인 ‘새단백콩’은 단백질 함량이 48% 이상으로 매우 높아 제조된 두부의 영양가가 높고 두부수율도 18% 정도 높아 수입산 콩들과 품질에서 차별화된다. 두부의 깊은 맛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된 기름 함량이 많은 수입산 콩은 장기간의 유통과정 중에 리놀산이나 리놀렌산 같은 불포화 지방산이 산화되기 쉽다. 이런 원료로 가공된 두부는 맛이 떨어진다.

우리 전통의 맛을 고려해서 개발된 콩들이 국내에서 생산되고 두부로 제조됐을 때 우리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소비자가 국산콩 두부를 더 많이 찾도록 우리 콩 품질 개선과 차별화가 시급하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국산콩 두부인지를 알 수 있도록 음식점 사용 두부에 대해 원산지 표시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국산콩 두부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연구를 강화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국산콩 자급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고종민 농업연구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두류유지작물과

주간 식품저널 2013년 4월 24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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