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경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오랜 세월 영양학을 강의하다보니 이제는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은 영양학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그 중에 하나가 ‘함께 하는 즐거움’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였건데, 이 세상에 결코 완벽한 인간은 없으며, 혼자서는 절대로 생존이 불가능하다.

영양소 중의 하나인 단백질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영양소 중에서 질(quality)을 논하는 유일한 영양소가 단백질이다. 아마도 탄수화물이나 지방과는 달리, 어떠한 단백질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기능의 단백질의 합성이 제한을 받기 때문이리라. 단백질만이 유일하게 1차, 2차, 3차, 4차 구조를 통하여 체단백질, 효소, 항체, 호르몬 등의 다양한 물질을 만드는데, 이 때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이 얼마나 충분히 포함되어 있느냐에 따라 완전단백질과 불완전단백질로 구분한다.

대학시절 식물성 식품에 들어있는 단백질은 동물성 식품에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에 비하여 질이 떨어지는 불완전단백질이라고 배웠다. 그 당시에는 그저 그렇게 외웠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가만히 생각해본다. 식물과 동물을 해부해보라! 그 속의 단백질 합성 공장의 수준을 비교해보라! 아마도 가히 ‘가내수공업’과 ‘첨단공장’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그 열악한 환경에서 그만한 단백질을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할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질이 떨어지는 식물성 단백질이 완벽에 이를 수 있는 방법이 있기에 그리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바로 ‘단백질의 보완효과’이다.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있어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미노산을 제한아미노산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어 쌀에는 라이신(lysine)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반면, 콩(대두)에는 메티오닌(methionine)이라는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다. 그래서 콩밥을 해먹게 되면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영양학을 강의하면서 무릎을 ‘탁’치며 ‘우리의 인생도 서로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서로가 되고 싶다’라는 고백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단백질의 보완효과는 ‘영양학의 세계’에 면면히 흐르는 기본 철학, 즉 ‘영양소 간의 상호보완작용’의 한 예에 불과하다.

영양학을 통하여 배우는 두번째 인생의 진리는 논어에 언급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정도가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으로 영양학의 세계에도 통하는 진리이다. 즉, 한 가지 영양소의 섭취량이 지나치게 많으면 다른 영양소의 흡수나 대사를 방해한다.

예를 들어, ω-3계 지방의 성인병 예방효과가 세간(世間)에 회자(膾炙)되고 연일 보도된다고 하여 ω-3 지방을 과잉 섭취하게 되면 ω-6 지방산과 경쟁하여 ω-6계 지방산의 대사, 예를 들면 리놀레산(linoleic acid)으로부터 아라키돈 산(arachidonic acid)이 합성되는 과정 등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섬유소의 과다한 섭취는 칼슘과 철 등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한다.

이처럼 영양학의 세계가 우리 인간 세상과 흡사하고 영양소의 대사가 마치 우리 인간들이 노는 모습한 닮은꼴인 것은, 우리 몸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원소들과 동일한 원소(탄소, 수소, 산소, 질소 등)로 만들어졌으며, 우리의 육체와 영혼이 모두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김은경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식품저널 2012년 5월호 게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