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애써 가꾼 농산물을 갈아엎는 장면이 종종 뉴스의 메인 화면에 등장한다. 이를 지켜보면 땀 흘려 가꾼 농산물을 폐기처분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농심이 느껴진다.

식품의 수급정책 즉,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는 달리 공급량이 재배면적, 기후여건, 재고량, 국가 간 수출입 물량에 영향을 받으며, 생산량을 단기간에 조절하기 어려운 공급 탄력성이 낮은 특성에 기인한다. 농산물이 부족한 경우에는 주로 수입량을 늘려서 해결할 수밖에 없으나, 과잉 생산된 경우에는 소비량을 늘리는 방법을 우선 고려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에 걸쳐 농산물 과잉 생산에 따른 농산물 가격 하락이 문제가 되었으며, 생산원가를 보존해 달라는 농민들의 시위가 자주 발생했다.

과잉 생산된 농산물의 적정 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농무부(US Department of Agriculture)는 여러 형태의 식품지원 프로그램(Food Assistance Programs)을 도입해 시행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저소득층이나 영양취약계층에 식품을 무상 또는 저가로 지원함으로써 영양문제를 완화하는데 주요 목적이 있었으나, 동시에 농산물 소비량 증가 효과를 얻고자 했다.

이때 만들어진 식품지원 프로그램에는 Food Stamp, WIC Program, Elderly Nutrition Program이 대표적이며, 이밖에도 무상 또는 저가의 학교급식과 우유제공 프로그램을 포함해 20여종의 식품지원 프로그램들이 현재 시행되고 있다.

저소득층이나 취약집단에 대한 국가 지원 방식은 현금지급, 현물지급, 인력이나 시설 보조 등의 여러 형태가 있다. 현금지급 방식은 현물지원보다는 편리하고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지만 지원금이 다른 용도로 유용될 위험성이 있다. 이에 반해 현물지원은 지급절차가 번거롭긴 하지만 프로그램이 의도하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더 효과적이다. 현물지원 시 수반되는 절차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원 대상을 개인보다는 단체나 집단으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노인무료급식사업, 영유아ㆍ임산부 영양보충사업(영양플러스), 결식아동 무료급식사업과 같은 식품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과 같이 복지제도가 확대 시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업의 수혜대상자 수는 혜택을 받고자 하는 규모에 비해 제한적이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예산문제로 인해 그 대상 범위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통상 재고량이 많거나 과잉 생산이 우려되는 농산물의 소비 촉진 방안으로 식품지원제도의 확대 실시를 고려해볼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에서도 잉여 농산물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식품지원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도입ㆍ시행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산자인 농민뿐 아니라 소비자인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함께 돕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복희
조선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부교수
 


- 식품저널 2012년 3월호 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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