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1990년대 독일 칼스루헤 대학교에서 식품공학을 수학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학부, 석사,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무엇보다도 식품공학분야중 냉동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박사과정 중 유니레버 그룹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얼음결정체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고 이 부분에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식품을 얼리는 과정을 알기 위해 일정한 모델시스템을 만들어 동결속도와 얼음결정체 크기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냉동식품 산업이나 생물 산업에서 세포나 조직을 얼려 장기 보관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박사과정 마지막 단계에서 우연한 기회에 미국 캘리포니아에 소재하는 한 냉동연구소가 인간을 냉동하여 장기간 저장하며 이 기술을 이용하여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었다. 유사한 연구를 하던 필자는 많은 궁금증을 갖게 되어 여러 정보를 얻다보니 알다 모를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영하 섭씨 196도에 저장되는 냉동인간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 그룹은 대부분 불치의 병을 앓고 있어 지금의 의학기술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하여 향후 의학기술이 개발되어 치료가 가능한 경우 냉동으로부터 깨어나 불치의 병을 치유한 다음 장수하고 싶은 인간들이었다.

두 번째 그룹은 지극히 건강하고 교육수준이 높으며 보편적 삶을 지향하여 살아가는데 별 이상이 없지만 현실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미래사회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스스로 냉동의 길을 가는 인간들이었다.

물론 일가족 전체가 냉동저장을 원해 이 길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연 인간은 향후 불로장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얼음결정체를 연구하는 한 학자로서 판단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불치의 병을 치유할 수 있으며 이상적인 미래사회가 도래하

였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냉동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냉동인간은 과연 깨어날 수 있을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기술로서는 불가능하다.

생물 조직이나 세포 등을 얼리는 많은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난자나 정자, 작은 단위의 생물조직체 등은 장애 없이 자유스럽게 냉동시키고 해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세포와 조직으로 구성된 인간 몸 전체를 저온상해 없이 얼릴 수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이 더 큰 문제는 동결과 마찬가지로 해동 역시 급속으로 이루어져야한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로서는 빠른 해동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것들은 기술적인 문제에서 접근이 되겠지만, 인간의 사회적 구조와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혼돈스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향후 적게는 몇 십년, 많게는 수 백년 뒤에 인간이 냉동에서 풀려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변화된 사회적 환경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인간의 두뇌에 자리하는 관념이나 사고력, 지적능력이나 인지력은 냉동될 시점에서 정지되었을 것이다.

수백년이 지나 깨어나서 변화된 미래의 세계에서 가치관의 충돌과 혼돈속에 있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사고에 의한 판단으로 본다면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미래의 세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내가 소속된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다고, 미래에 대한 동경이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또한 지금의 불치의 병이 나를 괴롭힌다 하더라도 인간의 순리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냉동을 연구하는 학자의 한사람으로 지속적으로 얼음결정체를 연구하지만 냉동인간을 영원한 잠에서 깨울 수 없다. 어쩜 죽은 사람에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박사과정 이후 지금까지 냉동에 대해 연구를 하면서 분명한 사실을 깨닳게 되었다. 신의 세계는 오로지 신만이 알 수 있고 그 영역 또한 신만이 창조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자연과학과 기술에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자연의 순리를 따라 행하는 단순한 진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민상기
건국대학교 교수
 


식품저널 2011년 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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