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만큼 사는 것에 대한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이니 이런 관심이 반갑고 감사하다. 그렇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뜨겁다. 어디를 가도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대한 정보와 속설들이 난무하고, 인터넷에는 건강기능성을 가진 식품들에 대한 소개가 매 순간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나오며,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현장으로 찾아가서 먹고, 사진을 올려 정보를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퍼나른다.
 
정보생성과 확산의 속도는 너무 빠른데, 그 정보들을 모니터링하고 진위여부를 판별하는 자정(自淨) 기능은 그에 비해 너무 느리다.

너무 많은 정보들 속에서 치이다 보니, 이제 소비자들은 알기 쉽게, 간단하게 단정지어 주기를 바란다. 이러이러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 이러저러하게 예견되지만, 아직 저러저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결론적으로 다양한 식품을 알맞은 양 만큼 때 맞추어 먹으라는 영양학자들의 조언은 자신도 할 수 있는 당연한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대신‘어디 어디에 좋은~’이라고 저명한 인사가 TV에 나와 소개를 해 주면 그 다음 날 그‘좋은 식품’은 시장에서 동이 난다. 왜 좋은지, 누구에게 좋은지, 어떻게 먹어야 올바른 섭취방법인지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도 않고 그‘좋은 식품’을 무조건 편식하고야 만다. 얼마 후에 그‘좋은 식품’의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리면, 이번에 또 다른‘좋은 식품’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디 어디에 나쁜~’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아주 매력적인 화두이다. 이런 기사가 한 번 나오면 그‘나쁜 식품’은 물론‘나쁜 식품’의 인근 식품들까지 모두 공공의 적이 되어 생매장의 위험에 직면하고야 만다. 한 번 낙인이 찍히면 아무리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밀어도 의혹의 눈총만 받게 될 뿐이다. MSG가 그렇고, 얼마 전 포럼이 개최되었던 사카린이 그렇다.

식품첨가물, 방사선조사식품이나 유전자재조합식품 등에 대한 인식 개선의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공업용 우지사태, 쓰레기만두, 정크푸드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은 바로 해당 업체들을 벼랑의 끝으로 몰아버렸다.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 때문에‘나쁜 식품’으로 낙인 찍히고도 소비가 줄지 않고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이상한 식품’은 술 정도가 될까?

포화지방은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여 심장병에 걸릴 위험률을 증가시키는‘나쁜 지방’이 되고, 반대로 불포화지방은‘좋은 지방’이 된다. 좋은 지방만 먹어야 하고, 나쁜 지방은 먹으면 절대 아니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불포화지방은 식물성 유지와 생선, 견과류에 많이 들어 있고, 포화지방은 상대적으로 육류에 많이 들어 있으며, 모두 필요한 성분이므로 여러 식품을 통해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마냥 좋기만 한 식품도 마냥 나쁘기만 한 식품도 없다.

나트륨이 다소 우려된다고 해도, 여전히 김치와 장류, 젓갈은 건강상의 이점이 더 많은 우리 고유의 발효식품이고, 일부 서양의 연구에서는 우유가 오히려 골다공증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해도, 여전히 우유는 우리 국민에게 좋은 칼슘과 단백질의 급원식품이다.

설탕과 분유, 기름으로 구성된 긴급구호식은 기근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생명의 양식이 된다. 다양한 기능성성분들이 포함되어 건강에 유익한 오색채소들과 과일들도 다른 식품들과 함께 할 때 그 건강상의 이점이 배가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식품 자체라기 보다는 식품을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이며, 어떤 식품들을 얼마만큼 선택하고 조합하여 먹어야 하는 지를 지속적, 반복해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좋은 식품’과‘나쁜 식품’들의 건강유익성이나 유해성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일반적인 한국인의 식생활 패턴과 전체 식사와의 밸런스를 고려하여 바람직한 섭취방법을 함께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영양학회에서는 일반인이 하루에 먹어야 하는 식품의 종류와 양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식품구성자전거를 제안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가정이나 단체급식, 외식업소에서는 물론 가공식품업체들도 자사 제품이 어떤 식품들과 같이 먹으면 균형 갖춘 식사를 할 수 있는지를 알릴 수 있다. 또한 어떠한 영양균형을 갖춘 식단이나 식품을 개발해야 할 지를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알릴 때 소비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을 위해서‘좋은 식품’만을 찾아 헤메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식품들을 골고루, 알맞게 섭취하는 식사구성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려봄이 어떨까?

장영애
농심 R&BD 부장
 


식품저널 2011년 12월호 게재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