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을 섭취하려면 조리를 해야 한다. 우리는 왜 조리를 할까?
 
조리과정에서 불순물, 농약, 병원균 등을 제거하고, 썰거나 가열 등을 통해 먹기 쉽고 소화도 잘되고 영양소의 이용 효율도 높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생쌀보다는 밥을, 날고기 보다는 고기를 구어서 먹는다. 식품은 조리를 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아름다운 색을 가지고 있고 맛과 풍미도 좋다.
 
그러나 식품을 조리함으로써 그 식품의 색, 맛, 풍미를 더욱 증진시킨다. 아무 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냉면 한 사발보다는 노랗고 하얀 지단과 얇게 썬 빨간 홍고추가 올려진 냉면이 더 먹고 싶어지고 여기에 식초와 와사비 양념을 더하면... 상상만해도 입에서 군침이 돈다.

가열하고 말리고 절이는 조리과정을 통해 세균을 죽이고 효소가 작용하지 못하도록 해 안전하면서도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든다. 당장 만들어 바로 먹을 수밖에 없다면 그 식품을 구할 수 없는 시기에 얼마나 아쉽고, 언제나 먹을 음식을 매번 만들어야 한다는 불편함을 느끼게 될까? 이런 기능상의 이유와 목적으로 조리를 한다.

가정에서의 조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주부는 단순히 먹을 것을 준비하기 위해 조리를 하지 않는다. 조리를 통해 가족을 생각하고 거기에 사랑을 담는다. 내 가족이 먹을 것이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는다. 이러한 정성과 사랑은 조리된 음식에 그대로 담겨 가족들에게 전달되고 그 음식을 먹는 가족들은 그 속에서 사랑을 느끼고 감사함을 배운다.

음식을 조리해 준 가족과 이 식품을 생산해 준 농어업인, 자연에 감사한다.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 때문에 음식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음식이 생산되고, 조리되어 식탁에서 먹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까 생각하게 된다면 음식을 소홀히 다루고 음식쓰레기를 마구 버리지 못할 것이다.

가정에서의 조리는 이렇게 조리하는 사람이나 조리된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럼 아이들에게 조리는 무슨 의미를 지닐까? 아이들은 조리활동을 통해 새로운 식품에 대해 느끼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면서 그 식품에 친숙해지고,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며, 전에는 먹지 않았던 음식일지라도 자신이 만들었기 때문에 기꺼이 먹게 된다. 아이들은 조리활동을 통해 식품의 선택, 준비, 조리, 보존에 의한 물리화학적 변화에 대한 기초지식을 가질 수 있으며, 탐구심과 문제 해결력, 창의력, 예술적 감각을 기르게 된다.

또한 친구들 혹은 식구들과 서로 역할을 분담하고 결과를 공유하게 되어 사회성이 길러질 뿐 아니라 식생활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며 식품과 사람, 환경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배우게 된다. 조리활동을 균형식과 연관시켜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자신들이 조리한 음식과 곁들여져야 할 음식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고 식품의 선택과 평가에 아이들을 참여시킨다면 아이들의 조리활동은 올바른 식습관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식생활교육에서 식품조리 활동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중요한 교육활동 중의 하나이다.

조리는 이렇게 우리생활에서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최근에는 효율성과 간편성 추구로 가정에서 조리가 줄어들고 있고, 조리에 대한 가치가 과소평가되어지고 있다. 가족과 함께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가정에서 조리한다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식생활과 관련한 건강문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경애
부산교육대학교 실과교육과 교수
 


식품저널 2011년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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