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저널·농촌진흥청 공동기획
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는 우리 농산물 이야기(14) 복숭아

 
비타민C 풍부, 피부미백·니코틴 해독 탁월

당분 적어 다이어트·변비·대장암 등 예방 우수
여름철 부족한 칼륨 보충,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복숭아만큼 고대설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과일이 또 있을까? 중국 고대설화에 나오는 서왕모(不死의 신선)와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동방삭의 이야기가 있다.
 
갑자가 60년이니 삼천갑자 동방삭은 자그마치 90,000년을 산 셈이다.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은 또 어떤가? 복숭아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옥황상제의 명을 어기고 3,600개나 되는 복숭아를 다 먹어치워 버리고 바위동굴에 갇히는 벌을 받았다.
 
비록 무거운 벌은 받았지만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불사의 몸이 되었으니 손오공은 그리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부터 복숭아는 신선이 먹는 과일, 불로장생, 영생, 또는 이상세계를 상징하는 무릉도원의 과일로 여겨왔다. 신선도 반하게 할 만큼 향기로운 과일, 복숭아의 달콤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어디에서 왔을까?

복숭아[학명: Prunus persica (L.) Batsch]는 장미과 자두속(Prunus) 복숭아아속(Amygdalus)에 속하는 온대 낙엽성 과수로 중국의 협서성과 감숙성이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복숭아의 학명 속에 낯익은 지명이 하나 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persica, 페르시카, 페르시아까지 유추했다면 복숭아의 원산지는 중국인데 왜 학명에 페르시아가 들어가 있는지가 궁금할 것이다.

중국 대륙에서 시작된 복숭아는 오랜 기간에 걸쳐 중국 전역에 분포하면서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였는데, 기원 전 1~2세기경에 중국으로부터 실크로드를 거쳐 2차 원산지인 페르시아 지방으로 전파되었고, 그곳으로부터 다시 그리스, 로마로 전파되었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복숭아의 원산지가 페르시아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재배식물의 원산지를 밝히기 위해 세계 각지를 탐험하던 De Candolle, Vavilov와 같은 학자에 의해 복숭아의 원산지는 페르시아가 아닌 중국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 복숭아 재배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불명확하나 삼국사기 산라본기(A.D.102)에 이미 복숭아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 재배 기원은 매우 오래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람들이 복숭아나무가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도 ‘귀신에 복숭아나무 방망이’라는 속담이 전해져 오고 있는데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도 복숭아나무를 신령스러운 나무라 믿어 왔다. 그래서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쫓는다고 믿어 집안에 심지 않았으며 오늘날에도 복숭아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고 있다.

복숭아집 딸은 미인

오늘날 복숭아는 그 맛도 좋지만 몸에도 좋은 웰빙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옛말에‘외밭집 딸은 못난이고 복숭아집 딸은 미인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복숭아는 비타민 C, 베타카로틴, 펙틴질이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으로 피부미백, 니코틴 해독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복숭아는 멜라닌 색소형성에 가장 중요한 효소인 Tyrosinase의 생성을 저해함으로써 멜라닌 색소형성을 감소시켜 피부 미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뿐만 아니라, 단맛이 강하게 느껴지나 실제 당분은 10% 정도이니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또한 다량의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있어 변비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대장암 예방에도 우수하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복숭아는 과일은 물론 잎, 나무의 진, 뿌리까지 모두 약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복숭아 과일은 면역력을 키워주고 나무껍질은 해독작용을 하고 종자는 어혈을 풀어주고 새로운 피를 생기게 한다고 하니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과일이다.

무릉도원은 어디에 있을까

복숭아꽃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전해져오고 있다. 삼국유사 기이편에는 신라 제25대 진지왕 때 얼굴이 아름다운‘도화녀(桃花女)’가 살았다고 전해오고 있다. 복숭아꽃처럼 어여쁜 얼굴을 두고‘인면도화(人面桃花)’라 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연분홍빛 복숭아꽃은 참 예쁘다.

또한 복숭아꽃은 효도화라고도 부르는데 효도 효(孝), 복숭아 도(桃), 꽃 화(花)를 사용하여 효도화(孝桃花)라고 했다고 한다. 조선의 22대 임금인 정조는 수원 화성행궁에서 남편 사도세자를 여의고 홀로 되신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회갑잔치를 열었는데 어머니
를 위로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로 복숭아꽃 3천송이를 헌화했다고 한다.

복숭아꽃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릉도원이다. 무릉도원은 도연명의‘도화원기’에 나오는 말로 중국 진나라 때 한 어부가 배를 저어 복숭아꽃이 아름답게 핀 수원지로 올라가 진나라의 난리를 피하여 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곳이 하도 살기 좋아 세월이 가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무릉도원은 어디에 있을까?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우리 마음 속에 무릉도원을 하나 만들어 두는 것은 어떨까?

성질은 따뜻하다

복숭아는 여름과 잘 어울리는 과일이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만끽해야 제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칼륨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여름철 무더위 속에 땀으로 배출되는 칼륨을 보충해 주어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름을 위한 과일이다. 우리 선조들은 여름철 피서의 한 방법으로 칼로리 높은 육류와 함께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복숭아를 즐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맛있는 잘 익은 복숭아를 고르기 위해서는 우선 외관상 흠이 없고 보기 좋은 것을 고르고, 향이 풍부하고 전체적으로 착색이 골고루 잘된 것이 좋다.

복숭아는 성질이 따뜻하다. 그래서 차게 해서 먹을 경우 오히려 당도가 떨어진다. 복숭아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는 섭씨 8~13℃가 적당하다.

따라서 맛있게 먹으려면 먹기 전 냉장고에서 꺼낸 뒤 30분 정도 실온에 두었다 먹어야 복숭아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다.


 
  
 
 
남은영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농업연구사

 


주간 식품저널 제32호 8월 10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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