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와인

포도는 온대지방에서 잘 자라지만, 특히 여름이 덥고 건조하고 겨울이 춥지 않은 지중해성 기후에서 좋은 와인용 포도가 생산된다. 레드와인의 원료가 되는 적포도는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지중해 연안에서 풍부한 당과 진한 색깔을 낼 수 있고, 화이트와인의 원료인 청포도는 약간 서늘한 곳에서 자란, 신맛이 적절히 배합된 포도가 좋다.

그래서 독일이나 동부 유럽에서는 화이트와인을 주로 만들고,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에서는 레드와인의 질이 좋을 수밖에 없다.

프랑스 - 와인의 교과서

이러한 조건을 고루 갖춘 곳은 프랑스로서 북쪽 지방의 청포도와 남쪽 지방의 적포도는 와인용으로 완벽하기 때문에 와인의 질과 양에서 세계 제일을 자랑하고 있다. 로마가 프랑스에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들었지만, 한 때 로마 황제는 당시 프랑스의 와인이 로마의 와인을 위협한다고 모두 없애라는 명령을 내린 적도 있을 만큼 프랑스 와인은 위협적이었다.
 
프랑스의 와인이 다른 나라보다 일찍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풍부하고 다양한 식문화의 발달을 들 수 있다. 추운 북부지방과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다양한 농산물이 나오고, 북해와 대서양의 한류 그리고 지중해의 난류에서는 다양한 수산물이 나온다. 그리고 여러 민족이 얽혀서 여러 가지 색다른 음식 맛을 옛날부터 익히고, 왕족과 귀족의 호화찬란한 생활과 까다로운 입맛에 맞는 고급요리가 발달하였다.

이에 맞추어 와인 또한 요리와 함께 식탁을 장식하는데 필수적인 식품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예술의 경지에 이른 고급 와인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프랑스인은 연간 1인당 80병 이상의 와인을 마시며, 프랑스 와인은 와인의 교과서로서 와인을 생산하는 모든 나라들에게 끼친 영향도 지대하다.
 
이탈리아 - 와인의 종주국

로마시대부터 와인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이탈리아는 와인의 생산량, 소비량, 수출량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와 1, 2위를 놓고 다투고 있으나, 아직도 프랑스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근세까지 도시국가로 나뉘어 지내온 이탈리아의 정치적 배경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프랑스보다 뒤늦게 품질관리 체계를 정하고 수출에 뒤늦게 눈을 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은 와인을 하나의 예술품의 경지에 올려놓고 온갖 포장을 다하여, 세계 사람들이 프랑스 와인을 우러러보도록 만든 반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지 않고 ‘먹는다’는 표현을 쓸 만큼 와인을 식탁에 있는 하나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지내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탈리아 와인은 프랑스와 같은 원산지 통제를 하고, 규격을 설정하여 품질을 향상시키는 등 이탈리아 와인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포도재배 방법을 개선하고, 전통적인 품종보다는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샤르도네와 같은 프랑스의 고전적인 품종을 재배하고, 수확시기를 앞당기고, 발효 시 온도를 조절함으로서 더 신선하고 맛있는 와인을 만들면서, 세계적인 명품 와인도 선보이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고 독일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는 스페인은 좋은 레드와인으로도 유명하지만, 별 볼일 없는 화이트와인을 다시 발효시켜 만든 셰리(Sherry)는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Aperitif)로서 유명하다.

그러나 품질에 대한 인식이 낮고, 아직도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와인을 만드는 곳이 많고, 레드와인은 물론 화이트와인까지 나무통에서 너무 오래 숙성시켜 퀴퀴한 맛을 내는 와인이 많았지만, 20세기에 와서 스페인의 와인산업은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하고, 활발한 투자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으며,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등 프랑스 품종을 도입하여 우수한 와인의 생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라는 적지만 와인 강국인 포르투갈은 포트(Port)라는 달콤한 레드와인을 만들어 식사 뒤에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디저트용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독일은 포도재배의 북방 한계점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풍토에 맞는 품종을 개발하여 고급 화이트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밖에 러시아의 남부, 그리스,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도 지역적인 특성을 살려 와인을 생산하여 각 각 독특한 맛을 자랑하고 있다.

신대륙 와인

한편, 신대륙에서는 캘리포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남미, 남아프리카 등이 완벽한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우수한 기술과 풍부한 자본으로 와인을 생산하여 유럽와인의 질을 능가하고 있다. 그래서 요즈음은 값이 싸고 맛이 좋은 와인은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등 신세계 와인이라고 정평이 나있을 정도이다.
 
다만 유럽 와인의 맛이 복합적이고 깊이가 있다면, 신세계 와인은 산뜻하고 맛이 짧기 때문에 고급 와인은 유럽 것에 비하여 덜 하지만, 캘리포니아 와인은 유럽의 고급 와인과 대결에서 손색없는 품질을 자랑하고 있으며, 칠레, 아르헨티나, 호주 등의 와인은 유럽의 중저가 와인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전통과 명성에 있어서 유럽 와인에 뒤지지만, 맛은 유럽 와인과 비교하여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내 입맛에 맞는 와인이 최고

이렇게 와인은 저마다의 특성이 있고 타입에 따라 다른 맛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을 즐기면서 이것저것 마시다 보면 자연히 와인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결국, 개인의 입맛과 가격을 고려하여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시는 것이 최고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와인은 자기 자신이 맛있다고 느끼는 와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김준철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고려대 농화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식품공학과(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와인양조학과 수료
동아제약 효소과 및 연구소 근무
수석농산 와인메이커
서울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
한국와인협회 및 (사)와인생산협회 부회장
2007 제1회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국세청장)
2009 주류품질인증제품심사위원(국세청장)
2009 한국 전통주 품평회 심사위원(농촌진흥청 국립과학원장)

 


<식품저널 2011년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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