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저널-농촌진흥청 공동기획

알고 먹으면 두 배로 맛있는 우리 농산물 이야기(1) 딸기

 
겨울엔 온도 낮아 딸기 당분 축적기간 길어 단맛 강해져
 
 

겨울철엔 온도가 낮아 딸기가 천천히 익어 당분이 축적되는 기간이 길어져 단맛은 더욱 강해진다. 반면 미숙한 과실에 많이 함유된 유기산의 분해량은 더욱 많아져 신맛은 적어지게 진다.
 
또한 겨울에는 과일이 잘 무르지 않아 완전히 익은 다음 수확해도 되므로 더욱 더 달고 맛있는 딸기를 맛볼 수 있다. 그래서 겨울철에 딸기가 더 달다는 얘기다.

 
 
 
 
북남미 야생딸기 만나 짝 이뤄

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인데, 요즘 시장에서 판매되는 딸기가 만들어진 역사는 약 300년 정도에 불과하다. 18세기 초, 종(種)이 서로 다른 북미 원산의 ‘버지니아’라는 야생 딸기와 남미 원산의 ‘칠로엔시스’라는 야생 딸기가 유럽의 한 정원에서 우연히 만나 짝을 이루게 되었는데, 그러한 혼혈의 결과로 별로 볼품이 없었던 부모와는 달리 크기나 맛, 모양 등에서 월등한 능력을 가진 ‘아나낫싸’라는 자식이 태어났다.

이것이 현대 딸기의 효시가 되었고 최근 100년간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개량이 진행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20세기 초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주로 노지에서 추운 겨울을 난 다음 5~6월에 과일을 잠깐 쏟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40대 중반을 넘은 소비자들은 학창시절 한 번 쯤은 오뉴월의 딸기밭에서 놀러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후 백색혁명이라 불리는 농업용 필름이 개발되어 비닐하우스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0년대 후반부터 품종 개량과 눈부신 재배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딸기의 수확기간이 점차 길어져 요즈음은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 되었고, 최근에는 대관령과 같은 고랭지를 이용해 여름 딸기까지 생산하고 있어 연중 우리의 미각을 유혹하고 있다.
 
유기산 분해량 많아져 신맛은 적어
잘 무르지 않아 완전히 익힉 후 수확

 
겨울철 딸기가 더 달고 맛있는 이유

딸기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며 페놀류나 안토시아닌,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기능성 성분 함량이 높으며, 맛과 향이 좋아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해 재배하는 딸기는 주로 12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생산되는데 품종, 재배환경, 수확시기 등에 따라 여러 가지 성분의 함량이나 축적되는 양상이 달라진다. 그 중 딸기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단맛을 내는 당 함량과 신맛을 내는 유기산 함량인데, 딸기 과일에 들어있는 당은 주로 포도당, 과당 그리고 자당의 형태로 존재하며, 유기산은 주로 구연산과 능금산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당이나 유기산의 총량이나 각 성분의 비율도 중요하지만 당과 유기산의 적절한 조화가 새콤달콤한 맛을 좌우한다.

온도가 낮은 겨울철에는 딸기가 천천히 익기 때문에 당분이 축적되는 기간이 길어져 단맛은 더욱 강해지게 되지만 미숙한 과실에 많이 함유된 유기산의 분해량은 더욱 많아져 신맛은 적어지게 진다. 또한 겨울에는 과일이 잘 무르지 않아 완전히 익은 다음 수확해도 되므로 더욱 더 달고 맛있는 딸기를 맛볼 수 있다. 겨울철에 딸기가 더 달다는 얘기다.

그럼 봄이 되면 어떨까? 딸기는 자연적으로 추운 겨울 동안 긴 겨울잠을 잔 다음 봄에 새잎이 나고 꽃이 핀 다음 오뉴월에 과일을 수확하는 것이 섭리이기 때문에 원래의 수확시기였던 봄이 깊어지면서 딸기의 맛도 깊어지게 된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과실에 들어있는 기능성 물질의 함량이나 항산화 활성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안토시아닌 함량 높은 ‘매향’

활성산소는 세포의 대사과정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물질이며, 체내에 침입한 이물질을 없애는 인체의 방어기능을 담당하지만, 스트레스나 과도한 육체적 활동, 환경오염, 자외선, 흡연 등으로 인해 필요 이상의 활성산소가 쌓이게 되면 인체의 세포막에 강한 산화작용을 일으켜 암이나 동맥경화, 뇌졸중과 같은 질병이나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물질은 활성산소에 의한 체내의 산화를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데 딸기에는 비타민C를 비롯한 다양한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어 꾸준히 섭취하면 체내의 항산화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에서 여러 가지 딸기 품종에 대해 항산화 물질의 함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딸기에는 비타민C를 포함해 페놀화합물,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등이 다른 과일에 비해 상당히 풍부한 수준으로 함유되어 있었으며, 국내에서 육성된 ‘매향’ 품종은 특히 안토시아닌 함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고, ‘설향’ 역시 높은 수준의 항산화 활성을 나타내었는데, 특히 플라보노이드와 안토시아닌은 봄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함량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내었다. 봄철엔 기능성 성분이 듬뿍 든 건강한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여름딸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벌이 수정하고, 난황유로 방제해 ‘안전’

겨울철에 생산되는 딸기는 매우 안전한 식품이다. 그 이유는 첫째, 딸기밭에 이용되는 벌 때문이다. 딸기 과일의 표면을 잘 살펴보면 씨가 100~300개 정도 박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종자가 수정이 되면 성숙하는 동안 종자로부터 과육을 비대시키는 물질이 나오게 된다. 만약 수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과일은 성장하지 못하고 그대로 말라 버리게 되며, 부분적으로 수정되지 않은 종자가 있으면 그 부분이 성장하지 못해 과일이 울퉁불퉁해지는 현상이 생기기 된다.

이처럼 딸기의 꽃을 수정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꽃가루의 양이 적고, 하우스 내에서는 바람도 거의 없기 때문에 수정을 위해 벌을 이용한다. 그런데 벌은 화학약제에 매우 민감해서 분사하는 모기 퇴치약에도 쉽게 죽어버리기 때문에 벌이 활동하는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독성이 강한 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둘째, 겨울철 딸기재배 하우스에서는 주로 흰가루병이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에는 유황을 훈증하거나 난황유(달걀 노른자와 식용유가 주재료)와 같은 친환경 소재를 이용해서 방제하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 친환경으로 재배하는 농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더욱 즐거운 것은 전체 딸기재배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품종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설향’인데, 이 품종은 흰가루병에 거의 걸리지 않기 때문에 방제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TV 연속극 중에서 딸기를 칫솔로 씻는 장면이 나온 걸 본 적이 있다.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잔뜩 심어주는 것 같은 연출에 매우 불쾌했던 적이 있다. 딸기는 어느 과일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장담하고 싶다.
 
 

 
 
 
 
 
 
정호정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시험장
농업연구사
 

 
 


주간 식품저널 2011년 1월 26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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