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수많은 종류의 포도를 수많은 산지에서 재배하면서 해마다 다른 날씨에서 자란 포도를 수확하여 수많은 메이커가 제 나름대로 만들기 때문에 그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니까 세계 모든 와인을 다 배우고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와인이란 어떤 것인지 그 기본 지식을 익히고, 내가 좋아하는 맛인지 아닌지, 또 병을 보고 그 와인이 고급인지 아닌지 정도만 알면 충분하다. 과감하게 욕심을 버려야한다. 세계 와인 전부를 알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본 원리를 알고 중요한 와인산지의 특성만 알면 그 다음에는 혼자서도 하나씩 접근하면서 자세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와인 맛 알아맞히기

먼저, 와인의 맛을 전부 구별해야 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어떤 와인 감정가는 와인의 맛을 한번보고 어디의 무슨 와인 몇 년도 산이라고 정확하게 알아맞힌다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어떻게 그 많은 와인을 다 맛 볼 수 있을까? 하루에 10종류씩 맛본다 해도 일 년이면 3,650종이고, 100 종류씩 맛본다 해도 36,500종밖에 안 된다. 프랑스 보르도만 해도 12,000개의 메이커가 있으며, 각 메이커마다 5-6종은 나오니까, 그 해 생산되는 보르도 와인의 맛도 다 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거기다 몇 년도 산까지 알아맞힌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마 그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와인감정 전문가라고 해도 대개 자기 분야가 있다. 보통 한정된 지방에서 활동하며, 취급하는 타입이 있기 마련이다. 와인 맛을 감정하는 이유는 모든 와인의 품종, 지역, 연도를 구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가격에 비해서 맛있는 와인을 골라내는 일이다. 우리는 어느 것이 맛있는지 찾아내고, 좀 더 숙성이 된 다음에 마시면 더 좋겠다든가, 너무 오래되어 맛이 전성기를 지났다는 정도를 구분하면 된다. 전문적인 와인 감정가가 될 사람이라면 몰라도, 와인의 맛을 즐기는 사람은 평소 즐겨 마시는 와인이 있기 마련이며, 거기서 즐거움을 찾으면서 더 좋은지 나쁜지는 자신의 판단을 기초로 평가하면 된다.
 
기본 원리를 알아야

다음은 어떤 이론이나 법칙에 대해서 왜 그런지 그 기본 원리를 알려고 해야 한다. 화이트와인은 차게 마신다는데 왜 그럴까? 레드와인은 육류와 잘 어울린다는데 왜 그럴까? 호기심이 없으면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 반드시 그 원리를 캐물어 알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잘못된 와인상식이 상당히 많이 퍼져 있는데, 이것은 누군가 어떤 이론을 이야기하면 이것을 무조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그 원리는 묻지 않고 누군가 이야기했으니 맞으려니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와인을 배우려면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주저하지 말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행동해야 한다.

또 아무리 맛이 좋다고 추천해도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고 과감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맛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 주저할 필요가 없다.
 
많이 마셔봐야 그 맛을 안다

셋째는 와인을 많이 마셔보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경제적인 형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처음에는 비싼 와인을 마셔봐야 그 가치를 알 수 없다. 초보운전 주제에 고급 외제차를 운전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먼저 소형차에 익숙해진 다음에 좋은 차를 몰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듯이, 와인도 값싼 와인의 맛에 익숙해져야 고급 와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먼저 어떤 와인이든 와인의 맛에 익숙해져야 한다. 당장 한 병에 만원이 안 되는 와인부터 구입해서 식탁에 갖다 놓고 식사 때 한두 잔 마셔봐야 한다.

이런 와인을 기준 와인으로 정해놓고, 밖에서 와인을 마실 기회가 생기면 우리 집에 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지 없는지 살피고, 나중에는 단맛이나 신맛도 비교해 보고, 더 익숙해지면 향도 비교해 보면서 평가하는 것이 와인 맛을 아는 지름길이 된다. 이렇게 와인과 친해져야 와인을 빨리 알 수 있다.
 
알아야 팔고 알아야 마신다

와인은 알아야 마시고, 알아야 팔 수 있다. 물론 마시는데 무엇을 알아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로 그냥 마신다는 것은 제목을 모르고 음악을 듣는 것과 같이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와인을 가장 빠른 시간에 알 수 있을까 요령을 묻는다. 그러나 와인을 파악하는데 단시간에 될 수는 없다. 특히 와인 라벨 읽을 정도가 되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수많은 책들이 와인 라벨 읽는 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지만, 그 때는 고개를 끄떡이다가 병이 바뀌면 다시 난감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와인 라벨을 이해하는 데는 왕도가 없다. 다시 말해서 와인 공부에도 왕도가 없다. 우선, 생산지명을 알아야 한다. 그거도 세밀한 지명까지, 그리고 포도품종도 수십 종 알아야 하고, 웬만한 메이커 이름도 알아야 한다. 영어도 아닌 유럽 여러 나라의 언어로 써진 문구가 과연 메이커 이름인지, 생산자 이름인지, 포도품종을 표시하는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을 표시하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까 와인 라벨을 잘 아는 사람은 와인을 상당히 아는 사람이 된다. 초보자는 아무래도 와인 라벨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와인 라벨 읽는 법은 와인 공부의 마지막이며, 와인을 알다보면 자연스럽게 알아지는 것이기도 하다.
 
와인 공부라는 것

와인 공부에 지름길은 없다. 와인에 대한 지식 즉, 포도재배, 양조, 유통, 서비스 등 직접 관련된 분야도 중요하지만, 역사와 문화까지 알아야 와인을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을 많이 알면 알수록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하나 둘 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남다른 호기심이나 관심을 가지고 탐험하는 자세로 하나 둘 알아가면서 그 희열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와인을 공부할 수 없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가면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것이 원칙이다. 혼자서도 와인공부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친 전문가의 안내를 받으면 훨씬 시간과 노력이 단축될 수 있다. 그래서 선진국 어디를 가든지 와인교육기관이 있는 것이다.

 

김준철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고려대 농화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 식품공학과(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와인양조학과 수료
동아제약 효소과 및 연구소 근무
수석농산 와인메이커
서울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아카데미 원장
한국와인협회 및 (사)와인생산협회 부회장
2007 제1회 대한민국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국세청장)
2009 주류품질인증제품심사위원(국세청장)
2009 한국 전통주 품평회 심사위원(농촌진흥청 국립과학원장)

<식품저널 2011년 1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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