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물에 관한 미국 정부의 자세에 미묘한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음.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전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하려는 미국 정부와 안정성 등을 이유로 수입 승인을 미루고 있는 유럽연합(EU)의 대립은 11월말 미국 시애틀에서 개최되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 그런데 최근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유전자조작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신중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클린턴 정권도 기존의 강경 자세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음. 유전자조작 농산물 문제는 뉴라운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현안인 만큼 세계 각국은 미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음. 유전자조작 농작물은 살충 독소를 가진 미생물 등 특정 종의 유전자를 일반 농작물에 삽입함으로써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특성을 가지게 됨. 이를테면 사람이 먹으면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해충이 잎을 갉아먹으면 죽는 옥수수나 감자를 비롯해 강력한 제초제를 살포해도 작물은 해를 입지 않는 저항력이 강한 콩, 유채 등이 개발돼 왔음. 세계 최대의 바이오 식품 기업인 미국 몬샌토나 다국적 화학기업인 듀퐁의 자회사인 파이오니아 하이브리드 인터내셔널 등은 지금까지 유전자조작 농작물 분야의 실용화를 위해 대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왔음. 그 결과 이들 업체는 이 분야에서 다른 국가와 업체에 비해 한발 앞서나가고 있고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 미국에서는 95년에 유전자조작 농작물을 재배하는 곳이 없었는데 99년 들어 경작 면적은 콩의 경우 전체 농경지의 54%를 차지하고 있고 옥수수의 경우도 32%에 이르는 등 급속히 확대됨. 이 때문에 미 행정부는 이들 대기업과 농업 생산자의 정치적 압력을 받아 일관되게 유전자조작농작물의 안정성을 보증해 주며 수출 촉진에 전력을 다해 왔음. 이에 반해 유럽연합(EU) 각국은 광우병 파동 등을 경험하면서 유전자조작농산물 보급에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음.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비판적인 의견을 발표하는 등 안정성에 의문을 품는 여론이 우세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도 미국과 타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현재 유전자조작농산물의 효용이나 안정성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2025년 세계 인구는 약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세계은행은 인류의 식량 공급에 필수적인 기술이라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음. 가뭄에 강한 품종이나 산기 또는 염기가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품종이 개발되는 등 농작물이 품질과 수량 측면에서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전문가도 많음. 반면 인체에 악영향을 주고 기존 생태계를 파괴할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음. 그러나 ‘미-EU의 대립 구조’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음. 이는 미국 내에서도 소비자단체와 비정부기구(NGO) 등이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과 관련됨. 미국 소비자단체(본부, 뉴욕소재) 소비정책연구소는 미국 정부에 유전자조작식품 표시 의무화를 요구하기로 결정함. 미국에서 이같은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올 5월에 미국 코넬대학의 한 곤충학자가 영국 과학잡지인 네이처(Nature)에 유전자조작 옥수수의 꽃가루 때문에 호랑나비 유충이 죽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의 발표였음. 이후 이 연구에 대해 찬반 양론이 계속돼 왔지만 당시 많은 언론 매체들이 이 문제를 다루면서 소비자에게 강한 영향을 끼침. 미국의 대형 유아식품 회사인 거버는 모회사가 유전자조작 농작물의 종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스위스의 대형 의약품회사 노바르티스임에도 자사의 제품에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음. 이같이 여론이 변화하기 시작하자 미국 정부도 기존 태도를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 5년에 걸쳐 유전자조작 농작물은 일반 작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안정성에 절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미 식품의약국(FDA)이 표시의무에 관한 공청회를 11월, 12월에 걸쳐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나섰음. 이번 달 20일 미 하원 농업위원회에 출석한 댄 그리크만 농무장관도 미 정부는 “유전자조작농작물의 종자를 생산하는 기업에 지나치게 좌우돼 왔는데 좀더 폭넓은 사고가 필요하다”고 발언해 기존 노선을 수정할 방침임을 시사했음. 농업이 다시 뉴라운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유전자조작농작물을 둘러싼 대립이 계속될 것인지, 미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지가 큰 문제. 이에 따라 뉴라운드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은 이 후 미국 정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미국 정부기관별 유전자조작식품 관리 품목> 정부기관 // 관리 품목 식품의약국(FDA) // 식 품 농무부(USDA) // 동식물 환경보호국(EPA) // 제초·살충제·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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