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속 미네랄의 역할
 
“소금은 최고의 식량이다”이는 권력을 찬탈했던 중국 전한말의 황제 왕망(王莽, BC45~AD23)이 서기 17년 소금을 전쟁터로 보내면서 했던 말이다. 소금만 먹을 수 없음을 감안할 때 이는 소금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일 것이다. 이처럼 인류는 수렵과 채집생활을 접고 정착생활로 접어들면서 소금을 생존에 필요한 것으로 자각하기 시작했다. 육식을 통해 소금을 조달하던 방법과는 달리 주식이 곡물로 옮겨 가면서 소금의 확보는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로 부상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우리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소금과 영양, 그리고 건강에 관련된 문제이다. 따라서 많은 영양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소금의 과다섭취가 여러 가지 질환을 유발시킨다고 하는데, 소금의 종류에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이야기인가? 동양의학에서는 소금을 가공한 죽염을 여러 가지 질환의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생기는 차이는 무엇인가?

소금이 해롭다거나 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거나 하는 차이는 소금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 소금에는 어떤 종류가 있을까? 생산방법에 따라 태양열, 바람 등 자연을 이용하여 해수를 저류지로 유입해 바닷물을 농축시켜서 만든 천일염, 땅속에 파묻혀 있던 것을 제염한 암염, 바닷물을 여과조에 담아 Na+ 이온과 Cl- 이온만을 전기분해하고 농축함수를 증발관에 넣어 수분을 증발시켜 이것을 원심분리기에 넣은 후 수분 0.01% 로 건조기에서 완전 건조하여 만든 정제염(또는 기계염), 원료 소금을 용해, 탈수,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재결정화시켜 만든 재제조염(흔히 꽃소금이라 함), 원료 소금을 볶음, 태움, 용융 등의 방법으로 그 원형을 변형한 소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여 만든 가공염 등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이들 중 암염이나 정제염, 재제조염 등은 소금의 짠맛을 나타내는 NaCl의 함량이 거의 95%이상이지만 천일염은 약 80%의 NaCl과 다양한 미네랄로 구성되어 있다.
 
천일염에 들어있는 다양한 미네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많은 학자들이 연구 중에 있다. 그중 농촌진흥청과 부산대학교가 공동으로 연구하여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게재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연구에서는 김치를 절일 때 어떤 소금이 좋으냐를 가지고 실험하였다. 천일염과 정제염을 사용한 결과 김치의 맛과 품위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천일염으로 절인 김치가 정제염으로 절인 김치보다 발효가 빨리 진행되어 산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천일염에 포함되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많은 미네랄이 발효 효율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김치에 들어있는 유산균수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김치의 초기발효에 영향을 미치는 Leuconostoc sp.의 경우 발효가 진행되면서 천일염김치가 정제염김치보다 유산균의 수가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 되었고, 김치의 후기 발효에 영향을 미치는 Lactobacillus sp.의 경우에도 천일염 김치에서 훨씬 많은 수의 유산균이 발견되었다.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김치의 맛이 바뀌는데, 특히 아삭거림을 나타내는 텍스처의 경우 천일염 김치가 정제염 김치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천일염에 포함되어 있는 다양한 미네랄이 텍스처 유지에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판단되며, 정제염김치는 발효가 진행될수록 텍스처의 감소가 급격히 일어나는데, 이는 절임 후 펙틴의 carboxyl기에 Na이 결합되어 펙틴과 셀룰로오스 사이의 수소결합 해제로 텍스처가 상실된 것으로 생각된다.
 
천일염 김치와 정제염 김치와의 맛을 종합적으로 비교해보면 천일염김치가 정제염 김치보다 아삭거림이 좋고, 보관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쓴맛이나 군덕 맛이 훨씬 낮고 외형상 보기도 좋아 전체적으로 월등히 좋은 것으로 조사 되었다.
 
소금 종류별로 김치를 담은 후 기능성을 구명하기 위하여 천일염 김치와 정제염 김치를 가장 적당히 익었을 때(pH 4.3), 김치액을 위암세포에 처리한 결과, 암세포의 성장 저해율이 정제염김치추출액은 51%인데 비해 천일염 김치 추출액은 66%로 천일염김치추출액이 암세포성장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결장암세포에서도 마찬가지로 천일염김치추출액이 암세포 성장억제율이 72%로 정제염김치추출액 6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의 결과로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천일염으로 조리한 음식이 음식의 맛도 좋게 하고 건강에도 좋은 효과를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금은 무조건 해롭다는 인식보다는 어떤 소금을 어떻게 섭취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문제일 것 같다.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에서는 천일염이 고혈압에 미치는 영향, 천일염의 안전성, 천일염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의 개발 등 우리나라 천일염의 우수성을 구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재현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기능성식품과장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