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메가-3 지방산인 DHA가 두뇌발달에 좋다고 유아용 분유를 비롯하여 식용유, 과자에까지 첨가하고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액의 중성지방을 억제하고 항염증 반응 효과가 있으나 이도 지나치면 성인병의 요인이 된다.
 
왜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효과가 사람마다 다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박사학위 논문이 바로 지질대사 관련 유전자의 변이가 있는 사람에 오메가 지방산을 식사로 섭취하였을 때 정상 유전자와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1993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발표할 때만 해도 어떻게 영양이 유전자를 바꾸느냐고 난색을 표하던 과학자들이 이제 유전체영양이라는 학문영역으로 발전한 유전자 맞춤형식품 및 맞춤형영양을 연구하게 되었다.
 
2003년 인간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서 약 3 만개 유전자 중 1%인 286개 유전자만이 비만, 고혈압, 알츠하이머, 알코올 중독,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질병에 취약한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개인차 변이가 2%에 불과하므로 특정 질병의 예방인자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즉, 동일한 환경조건에서 어떤 사람은 질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는 것처럼 질병과 유전자간의 미스테리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과 관련된 중요한 예로 소금섭취에 민감한 유전자 얘기를 해보자.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가 1999∼2006년 성인남녀 8천명을 대상으로 벌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참가자 중 약 69%가 소금 섭취량을 줄이지 않을 경우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을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소금섭취량이 WHO의 권장량(5g/day)보다 약 3배를 초과하므로 싱겁게 먹는 식습관에 대한 강조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고혈압 환자가 저염식사로 혈압이 떨어지는 것은 소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사람의 경우이고 소금에 저항성을 가지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나이가 들거나, 흑인, 비만 혹은 신장질환을 가지는 사람은 소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소금 민감성이란 고염식이로 인하여 혈압이 10배로 증가하거나 저염식이로 혈압이 급감하는 현상을 말하며, 이의 반대현상을 소금 저항성이라 한다. 1993년 아프리카 흑인들이 백인보다 소금섭취량이 적어도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서 소금 섭취량에 따른 혈압의 개인차를 측정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소금 민감성 여부를 알아내려면 소금 섭취에 따른 혈압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 유전자를 이용하게 되었다. 약 13개 정도의 유전자가 거론되지만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인 경우 정상 형질인 I형에 비하여 변이형인 D형 형질은 동양인(14.5%)에 비하여 서구인(29%)의 분포가 2배에 이른다.
D형을 가진 한국인에서도 신장의 나트륨 재흡수 증가에 따른 혈압 상승이 인슐린 저항성과 함께 나타나서 2차 성인병으로도 진전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고혈압을 포함한 대사증후군의 예방인자로 충분히 이용이 가능하다.
 
위와 같은 과학적 근거는 소금 민감성 유전자변이형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소금민감성에 더욱 취약하므로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등을 미리 관리하지 못할 경우 고혈압 등 성인병이 다른 사람에 비해 더 쉽게 발병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개인의 유전자 발현과 음식과의 상관을 연구하는 영양유전체 학문은 소금민감성을 위한 맞춤형 김치, 고추장 및 된장이 개발하는데도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맞춤형식품 개발은 식품회사의 중요한 연구사업이 되었고, 세계적으로도 400억~800억 달러 기능성식품시장의 화두가 되었다.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가 항비만효과까지 있다면 그 부가가치가 얼마나 될 지 상상보면 알 것이다. 더구나 한국인 남성의 유전자지도가 최근 완성되었다는 쾌거를 보면서 향후 나의 유전자 기록을 가진 병원과의 유비쿼터스 시스템으로 세계의 언제 어디에서나 음식과 약물 및 운동처방이 가능한 날도 곧 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꼭 명심하여야할 것은 특정 유전자 변이형 자체가 특정한 질환을 발병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반드시 필요하며, 다음은 인간 개체가 처한 환경이 유전자에 미치는 교차효과를 무시하면 아니 된다.
짜게 먹는 어른들의 생활습관이 소아에게 유전적 대물림 현상으로 나타나 성인병의 악순환 고리에 맞물려있는 경우가 그 예이다.
 
다양한 유전자연구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한국인에게 관련영양소의 섭취기준을 제안할 수 있어야 진정한 맞춤형 영양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ACE D형을 가진 사람은 하루 최대 소금 섭취량을 일반인의 1/2로 줄여야한다는 결론을 제안함으로써 한국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기를 바란다.

이명숙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식품저널 foodnews를 만나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식품저널 food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