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은 개인의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지만, 개인이 살고 있는 지역의 식생활 환경에 의해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생산한 식품보다는 다른 사람이 생산한 식품이나 음식을 사서 먹는다.

먹고 싶은 식품이나 음식도 시장에 없으면 먹을 수 없다. 싱거운 음식을 먹고 싶은데, 모든 외식업체에서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만 제공한다면, 외식을 포기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와 같이 개인의 식생활은 식생활 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식생활 환경은 주로 식품시장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소비자의 식품요구와 공급자의 이윤추구가 상호작용하게 되므로, 소비자가 좋아하고 구매력이 높은 식품이나 음식이 식생활 환경의 중심이 된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짜고, 달고, 기름진 식품이나 음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짠 음식을 먹어 나트륨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고혈압 위험이 증가하고, 달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지방이나 열량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비만, 이상지혈증,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의 발생위험이 커진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고혈압이 27.9%, 비만이 31.8%, 저 HDL 콜레스테롤혈증이 36.7%, 당뇨병이 8.2%에 달하고 있다. 2008년 건강보험공단에서 추정한 자료에 의하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조8천억에 이른다고 한다.

필요한 양보다 많은 열량, 지방, 당, 나트륨 등을 섭취하는 것은 개인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 마련 및 약품 생산 등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킨다.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건강지향적 노력 필요

건강한 식생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식품 생산,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건강지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이 생산하는 식품의 종류와 양이다. 생산과정에서 에너지 사용이 적은 우리에게 필요한 종류의 식품을 적당한 양으로 생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식품가공업체의 역할이다. 달고, 짜고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맛을 낼 수 있는 식품가공기술을 개발하고, 식품첨가물의 사용을 가급적 줄인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도록 힘을 써야 한다. 유통과정에서는 적절한 가격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건강친화적인 식품이나 음식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건강에 좋은 식품이나 음식으로 분류된 제품에 대해서는 다른 제품보다 우선적으로 홍보하여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건강한 시장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친화적인 음식이나 식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함으로써 본인의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되고, 시장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식생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가, 식품업체, 학계, 더 나아가 개인들이 함께 노력할 때 가능해 진다.

덴마크의 트랜스 지방산 저감화 과정이 좋은 예이다. 1993년대 초반에 마가린이나 쇼트닝에 많이 들어있는 트랜스 지방산이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덴마크의 영양연구소는 트랜스지방산의 위험성을 국민과 식품업체에 알리고, 정부를 대상으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제안하였다. 관련업체들도 즉각 이 제안을 받아들여 트랜스지방이 적은 제품을 생산에 동참했다.

그 후에 영양연구소는 덴마크인들의 트랜스지방산 섭취 실태 및 건강 위험에 대한 과학적 증거자료를 정리하여 발표하였고, 정부에서는 유통식품의 트랜스지방산 함량을 지방의 2% 미만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의회에 발의하여 통과하였다. 그 결과 덴마크에서 유통되는 모든 가공식품의 트랜스 지방함량은 2% 미만으로서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건강한 식생활 환경 조성은 우리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이다. 개인들은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식품산업체에서는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건강한 식품을 생산, 가공, 소비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소비자들과 식품산업체에 제공하고, 정부 및 지역사회에서 정책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는 건강한 식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정효지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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