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본금이 9조원에 이르고 한해 순이익만 1조원이 넘는 공룡 농협을 1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신용, 경제, 교육ㆍ지도 등 3개의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현재 상태를 방치할 경우 농협 경제사업의 적자는 누적되고 현장 지도 사업에 소홀하다는 농민들의 불만은 계속 커지는 동시에 모든 부담을 한꺼번에 떠 안은 신용부문의 건전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농협 측은 경제부문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정부의 시한대로 10년 안에 분리여건을 갖추는 것이 벅차다는 반응이다.
 
◇ 농협 왜 쪼개나..경제사업 부진이 원인 
 
농협의 경제사업은 원래 농업인을 대신해 농산물의 수탁 판매를 하기 위해 시작됐다. 현장 농업인으로부터 생산물을 넘겨 받아 가공,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다시 농업인에게 돌려주고 정산하는 과정에서 운영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일선조합의 경제사업은 일반 유통업자들과 다를 바 없이 현금을 주고 농산물을 사고 자기 책임 아래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다. 품질이 좋지도 않은 물건을 비싸게 구입해 되파는 과정에서 적자가 계속 쌓이고, 경제적 여력이 없으니 우수 인력을 놓치고, 인력 부족으로 다시 영업ㆍ판매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농협 경제부문은 일선조합에서 약 8천억원, 중앙회에서 1천500억원 등 거의 해마다 1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내고 있다. 이 적자의 많은 부분은 은행 등 농협 신용부문의 이익으로 메워지고 있다.
 
농협의 신ㆍ경 분리는 바로 어려운 경제사업을 정상화하고 이를 통해 신용사업의 건전성도 함께 살려야한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 농협 "10년후 상황 불확실한데.."

이날 정부가 발표한 10년 분리 시한에 대해 농협 측은 대체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농협 관계자는 "앞으로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데 10년 안에 경제사업이 충분히 자립 여건을 갖추게 될 지, 필요한 자본금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농협은 사실 지난 1월 신경분리위원회가 제시한 10년, 12년, 15년 분리 시한 명시와 추진 상황에 따라 농림부 장관이 차후 결정 등 두 가지 방안 가운데 농림부가 후자를 선택해주기를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3년마다 추진 상황 종합 평가를 실시, 결과에 따라 분리 시한을 조금 앞당기거나 늦출 수는 있다"는 농림부의 설명에도 불구, 일단 10년 후로 분리 시한이 못박히면서 농협은 2016년까지 해마다 8천250억원의 자본을 꾸준히 쌓아가며 경제사업도 되살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또 농협 입장에서는 "농협 스스로 분리에 필요한 자본금을 마련하라"는 정부의 자본 조달 지침도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가 농협에 자본금을 지원하면 국책은행이 되고, 농협 신용부문을 공모를 통해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조합으로서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농협 내부에서는 정부안에 따라 순수히 자력으로 경제사업 활성화와 자본 축적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자기자본 이외 차입이 불가피한데, 차입이 늘수록 경제사업 독립은 더뎌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경제사업 활성화에 13조 투ㆍ융자..유통 판도 변화 예상

농협 신ㆍ경 분리의 목적이자 관건인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정부와 농협은 농산물 판매와 유통 등의 분야에서 13조원 규모의 투ㆍ융자를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 결과에 따라 국내 유통 업계의 판도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2015년까지 국산 농산물 내 유통 분담 비율을 60%(18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일선조합 판매사업을 조직화하고 중앙회의 도ㆍ소매 유통사업 역량도 획기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우선 일선조합 판매사업에 무이자ㆍ저리 자금 형식으로 총 7조원을 지원하고 조합공동사업법인 100개소, 품목조합 50개소, 광역합병조합 30개소, 선도조합 400개소, 연합마케팅조직 100개소 등 680곳의 핵심 산지유통 주체를 육성한다.
 
또 중앙회의 대형판매장과 유통센터를 2015년까지 34개, 3개씩 더 지어 총 3개, 15개로 늘리는 한편 2005년 현재 125개인 도시조합 중심의 슈퍼슈퍼마켓(SSM)을 2015년까지 500개로 확대한다.
 
일선조합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농협(NH)식품이 조합별로 추진하기 어려운 농산물 가공ㆍ판매사업을 맡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런 중앙회 도매유통 사업 강화 사업에는 6조원 정도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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